돌아온 입양인과 생모들 100만명 서명운동 나

 
“고아수출국 오명 벗으려면 미혼모 문제 외면 말아야”
 

 
 

» 한국에 돌아와 살고 있는 입양인 정경아씨는 ‘반쪽 한국인, 반쪽 서양인’이 더는 없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This article gives some testimony from a Korean birthmother who participates in the Dandelion (Mindeulae) group. Her son was adopted to the U.S. even though she requested that he be adopted within Korea.

미국 입양인 정경아씨 “아이들 외국보내 은폐”

 

민들레. 꽃말은 ‘그리움’이다. 어린 아들·딸을 외국으로 입양보냈던 엄마들의 모임인 ‘민들레’ 회원들이 4일 세계한인입양인대회 주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모인다. ‘우리 아이는, 우리 손으로’라는 구호 아래 ‘국외 입양에 반대한다’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기 위해서다.

핏덩이 아이를 미국으로, 프랑스로, 노르웨이로 보낸 뒤, 평생 씻지 못할 그리움을 안고 산 엄마 회원 10여명은 대회 기간 한국을 찾은 입양인 30여명과 함께 100만명 서명운동에 나선다.

 

» 국외입양과 입양아 출신 현황
 

민들레 회원 김아무개(49)씨는 2005년 19년 만에 입양보냈던 아들을 만났다. 그렇지만 아들의 손도 맘껏 잡지 못했다. 한국 사람인 엄마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미국 사람인 아들에게 혹여 불편할까 싶어서였다. 얼굴을 비비고 등이라도 쓸어주고 싶었지만, 손을 거둬들여야만 했다. 1986년 미혼모였던 김씨는 ‘사생아’로 낙인찍힐 아이의 미래가 두려워 아들을 입양보냈다. 김씨는 친권을 포기할 때 국내 입양을 부탁했다. 하지만 아이는 미국으로 갔고, 가슴의 피멍은 더 진해졌다.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게 되려나’, ‘인종 차별은 받지 않을까.’ 민들레 엄마들이라면 수천번은 곱씹었던 질문들이다.

2005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는 미국 입양인 정경아(35)씨도 국외 입양 반대 운동에 참여했다. 자전적 소설인 〈피의 언어〉를 국내에서 출간한 그는 민들레 엄마들과 입양인들의 ‘연대’를 돕고 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사이가 된 입양 자녀들과 엄마들 사이에서 서툰 한국말과 깊은 공감대로 가교 구실을 하는 셈이다. 정씨는 국외 입양에 대해 “한국 사회가 외국으로 ‘문제’ 아이들을 입양 보냄으로써 사회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고 말한다. 1970~80년대까지는 ‘빈곤’, 이후로는 ‘미혼모’라는 사회 문제를 외국 입양으로 손쉽게 쓸어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 국외입양 가장 많이 보내는 5대 국가 현황
 

한국의 국외 입양은 미혼모 문제를 떼놓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지난해 국외 입양된 1899명 가운데 9명을 뺀 나머지는 모두 미혼모의 아이들이었다. 이 탓에 한국은 중국·러시아·과테말라에 이어 국외 입양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다. 민들레 회원들과 정씨 등 입양인들은 서명운동을 통해 △국외 입양 반대 △‘공동육아’ 같은 미혼모 자립 지원 등을 호소하고 있다.

정씨는 “어차피 국내 입양 가정이 부족하니, 잘 먹고 잘 사는 미국과 유럽에서 가정을 찾아주는 게 좋지 않으냐는 논리는 너무나 무책임하다”며 “외국으로 입양간 아이들이 정말 행복해졌는지, 한국 사회 그 누구도 책임 있게 추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씨의 프랑스 입양인 친구는 서울의 프랑스어학원에 교사로 취직했다가 최근 계약이 해지됐다. 프랑스말은 완벽하지만 얼굴이 백인이 아니어서 ‘장사가 안 된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반쪽 한국인, 반쪽 서양인’의 굴레를 쓰고 사는 국외 입양인이 더는 없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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